나의 이야기

첫 집들이

풍년휴게소 2010. 4. 12. 01:30

모처럼 한가한 오후였다

할일 없이 역전앞 길을 걷고 있는데

부동산 하시는 짝귀 아저씨가 부른다

 

왜요?

너 요즘 바쁘냐?...

아뇨 요즘 일이 뜸해요

그럼 너이거 해라.....

느닷없이 설계도 한장을 들이 미신다

 

성대 정문 옆에

그전 부터 사두셨던 터에 집을 지으신단다

 

저 집 짓는거 안해 봤는데요...

너 목수일 얼마나 했냐?

이제 일년 됐어요

그럼 해봐...

.........

 

참 알수 없는 분들이다

어찌 보면 저 괴짜 같은 분들이 우리 아버지 친구 분들이란다 .....

무턱대고 그냥 하란다

이걸 믿음이라고 해야 하나

무대뽀라고 해야 하나......흠

 

내가 목수가 된지 일년 여...

처음 일을 잡을땐 생각 없이 하던일이

내가 목수라고 느껴 지던날부터 버릇 하나가 새로 생겼다

 

내일 일을 머리에 그려 넣는 작업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일을 시작 하는날은 잠을 자지 못한다

머리엔 온갓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려지고 계산되고

 

봄날 화창한 날씨는

그날 따라 마음을 들뜨게 하였고

고사 상 앞에 선 나는  왠지 상기된 마음을 감추질 못했다

첫삽을 떴다 ..

 

그렇게 나에 첫 작품이 시작 되었다

꼭 누군가 엉성하게  짜 놓은 듯한 계획처럼 어설프게 ....

 

목수 일만 해온 나에게

전체 공정은 어설프다

토지에 기준틀 (야리가다)을 매고 회 가루을 뿌리고

한삽 한삽 나혼자 파냈다

용돈이나 벌려고 동네 선배들 따라 다녀던 노동판이

몸과 생각을 도와 준다

 

파낸곳에 콘크리트을 치고

그위에 기초 거푸집을 대고

철근을 역고

콘크리트을 쳤다

 

기계가 없던 시절

모든 공정을 혼자 한다

느리다 ....

짝귀 아저씨 그냥 보고 가신다 .....

 

드디어 처음 벽돌을 쌓던날

처음으로 외부인이 들어 온다

조적 하는 아버지 친구분이시다

 

기초 위에 매몰대 을(각 코너에 세우던 자나무 ) 세우고 줄을 띠운다

여긴 이렇게 해주고요

저~어긴 이렇게 해주세요 ....

 

일하는 분들이 못마땅하게 처다 본다

그도 그럴것이 다들 아버지 연배다

이제 갓스믈 넘은 놈이 이래라 저래라 하니 기가 막히나 보다 ...

그때 시작 되었다 ..거친 노동판에 기싸움이 ....

 

몇날을 고성이 오가며 벽체을 세우고

벽체에 사다리 하나 세워놓고

삿보도을 날라 놓고 (지붕판을 바쳐주는 서포터)

방 크기에 따라 오비기을 잘라 들여 놓고 (각 목재 )

 

천정 높이을 측정해 삿보도을 잘라 구석에 세워 두고 올라 간다

그리곤 세워둔 오비기을 삿보도에 마추어 박고 다루기을 덧대 고정 하고 ...

혼자 오르락 내리락 ....

얼굴엔 미소가 사라 지지 않는다

즐거운가 보다

 

고사 상이 차려 졌다

돼지가 웃는다

짝귀 아저씨 입에도 웃음이 사라 지지 않는다

나도 웃는다 ....

 

동네 친구들이 모래통을 지고 나르고

나와 친구가 자갈통을 나른다

선배가 삽질을 하며 재촉 한다

야~~~ 빨랑 올라 와라 ...

 

한바탕 난리가 지나갔다

아침에 시작한 콘크리트 타설이

점심때 끝났다

 

어울려 점심을 먹는다

막걸리가 돌고

머리 고기가 돌고

이야기가 돌고 ......

 

그렇게 이층 건물이 지어지고

벽엔 메지을 하고

미장을 하고

또 혼자 남아 내장을 한다

 

동내 어른들이 구경 온다

야....대단한데

너 혼자 하는거니?...

이구 동성 칭찬들이시다 ....

괜히 기분이 우쭐 해진다 ....

 

그렇게 삼개월 여

공사가 끝났다

바라 보니 신기하고

뿌듯 하다

 

이샀짐이 들어 온다

이것 저것 나르고 나니

어스름 저녁 녁 ......

 

역전앞 고기집에 짝귀 아저씨랑 마주 앉자다

수고했다...

고맙습니다 ....

소주 한잔에 웃음이 돈다 ..

 

주머니을 뒤적 뒤적 종이 한장을 꺼내 신다

자 ...이거 받아라

??

양복이나 한벌 해 입어라  ...

살펴 보니 십만원 짜리 수표다 ...

처음 만져본 수표 ....거금이다

고맙습니다 ...

나에 첫 작품이 알수 없는 감동과 함께 소주잔속에 마무리 되어진다

 

스믈 한살  어린 나이다

내가 동내 어른들에게 신뢰 받기 시작하던  날이다

그해 봄은 유난히 따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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